 |
대학 2학년 때의 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벌써 30여년 전 일입니다. 'Time flies'라는 말이 있듯이 시간은 날아 다니나 봅니다. 아니네요.. 요즘은 로켓엔진을 달았나 봅니다. 로켓에 몸을 싣고 날아가면 주위가 눈에 보이지 않듯이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립니다. '현재'라는 개념이 살아 있나 모르겠습니다.
집에 가려는데 친구로부터 또다른 친한 친구의 생일이라는 것을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였는데 생일이라는 말을 듣고는 모른 척하고 지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 친구가 생일이 오늘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친구와 돈을 모아봤는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2천원에서 3천원 정도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 돈으로 간신히 맥주 2병을 슈퍼에서 샀으니까 말이지요. 맥주를 샀으니 큰 인심을 쓴 것입니다. 당시는 막걸리를 자주 마시던 때고, 생맥주도 비싸서 못 먹던 시절이었으니까요.(당시 생맥주 1잔이 600원 정도였을 겁니다.)
맥주 2병을 사들고 그 친구 자취방을 찾아갔습니다. 아마도 초겨울이었을 겁니다. 자취방에 들어서면서 추위에 몸을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맥주 1잔을 마시고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서 화장실에 갔었습니다. 볼일을 보고 돌아나오는데 갑자기 몸에 힘이 주~욱하고 빠지는 겁니다. 화장실이 높이가 좀 있었는데 그대로 사선으로 넘어지면서 화단 블록에 입을 부딪쳤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정신을 차렸는데 입이 좀 아픈 것 말고는 다행이 다른 상처는 없었습니다.
아마도 머리로 공급되는 혈액이 순간적으로 모자라지 않았나 싶습니다. '허혈'이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런데 다음날 뭔지는 모르겠는데 이빨이 찝찝한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치과를 갔는데 치아 신경이 하나 죽었다더군요. 치아 신경이 죽은 그 치아는 크라운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으니 사기로 치아를 본 떠서 거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하더라구요. 지금이야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가 90년대 초반이었으니 아마도 그 방법이 최선이었을 겁니다. 가장 궁금한 치료비는 100만원 정도 되었습니다.
그 때 작은 형수님과 같이 생활하고 있었는데 떨어지지 않는 입을 뗐습니다. 이빨 해 먹었다구요.
당시 제가 중학생 과외를 하고 있었는데 과외를 하면서 모아 두었던 50만원을 쓰고 나머지 50만원은 형수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웬수같은 시동생이라 생각하셨을 것 같습니다.
치아 치료 받는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렸고, 모두가 아시겠지만 치과에서 입 벌리고 있는 것 보통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치과에 가는 것은 두렵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서운한 것은 ...
자취를 하던 그 친구와 아주 드물게 만나는데 이 이야기를 했더니(생일을 알려줬던 그 친구도 그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더군요.
이빨 3개를 해 넣어가며 생일 축하를 해 줬건만... 그 친구의 기억 속에는 아득히 먼, 너무 멀어서 잊어버린 사실....
'기억이라도 해 주지!'하는 섭섭함이 아주 잠깐 생기더라구요.
올해가 가기 전에 시간내서 그 친구와 술 한잔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