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내가 싫다. 5월이 되면 더욱 그러하다.
연휴날짜를 보려고 달력을 봤다. 그리고 5월 8일 어버이 날에 시선이 멈추었다. 그래서 엄마가 생각났다. 전화를 했는데 나는 너무나 잘 들리는데 어머니가 내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끊고 다시 반복하기를 몇 번이나 시도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는 어머니 혼자 말을 계속 하셨다. 자신은 안들리지만 딸은 듣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어째, 안들릴까, 휴대폰이 돈 달라고 이러나, 잘지내고 있지, 요즘 거시기 바이러스 때문에 걱정이 많은데, 왜 안들리지, 밥은 잘 먹고 다니지? 도대체 휴대폰이 왜 말썽일까? 아이들은 잘 다니고 있지? 아침까지도 잘 되는데 왜 안되지? 나는 걱정마라. 밥 잘먹고 다니니까."
듣고 있다 웃음이 났다. 횡설수설 하시는 모습이 너무 귀여우시다. 자신의 걱정과 딸이 무얼 걱정하는지 알고 다 말하면서도 들리지 않는 전화기가 신경 쓰이는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조심하라고 해놓고 전화 못한 지 꽤 됐다. 서로 전화해봐야 할 말이 없는데도 전화를 자주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날 참 밉게 만든다. 자식 키워놔도 다 소용없지뭐.
그렇게 찝찝한 채로 그렇게 아쉬운 채로 통화를 마쳤다. 동생에게 전화해 어머니 전화기 좀 손봐달라고 해야하나 어쩌나 한참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어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까 전화 한 후 3시간이 채 안되었다. 동생이 와서 전화기를 만져주고 갔는데 볼륨인가 뭔가를 꺼놔서 안들렸다고 설명하신다. 어머니는 딸의 목소리를 듣고 좋았는지 한참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사소한 것 모두를 쏟내느라 전화기가 뜨거워져서야 마무리를 지었다.
하시고 싶은 말이 많으신 것 같다. 자주 만날 수 없으니 말이다. 어머니의 끝맺음 말은 언제나 "내 걱정 말어. 잘 지내니깐. 너도 잘 지내."이다.
나도 엄마이다. 자식 걱정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내가 늙어 지팡이를 짚고 다녀도 말이다.
엄마, 아프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