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과일이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잘 살았던 것이 아니라 제주에 살다보니 지천에 널린 게 귤이었고, 고모로 인해 배,사과는 굴러다녀도 먹지 않을 정도로 질린다.
예전에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귤에 대해서는 남들에 비해 많이 먹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신맛을 굉장히 좋아한다. 귤도 노랗게 익은 것보다 신맛이 더 나는 정도의 푸름이 약간 남아 있는 걸 좋아했다.
마루에 놓여있는 귤박스에서 딴딴하고 작은 귤로만 소쿠리에 골라 담아 내 방에 갖다놓고 쉴새 없이 먹었다.
엄마도 입 짧은 딸이 그거라도 잘 먹으니 좋았던지 작고 딴딴한 귤을 따로 빼놓기도 했었다.
그렇게 귤을 까먹다 보니 방 안 가득 귤 껍질이 쌓였다.
그걸 내다 마당 평상 위에 널어 햇볕에 말렸다.
햇빛에 말린 귤껍질은 연탄불을 꺼트렸을 때 번개탄 대용으로 썼다. 마른 귤 껍질이 연탄 사이에서 타오르며 내던 향이 아직도 그윽하게 올라 오는 것 같다.
어릴 때는 하도 귤을 까먹다보니 손이 항상 노랬다.
엄마가 너 이러다 손 노래지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 비타민 과다섭취다.
사과,배는 한조각 먹는 게 고작인데 귤은 항상 박스 채 갖다놓고 먹는다.
솔직히 귤을 사먹은 기억보다 제주에서 보내주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러니 귤을 한 두개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간혹 식당에서 나온 한 개의 귤로는 간에 기별도 안간다
아직도 제주도에서 귤이 배송 되어오면 나는 소쿠리에 작은 것만 담아다 신물이 올라올 때까지 먹는다. 물론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 들었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내게는 귤인 것 같다.
솔직히 귤이란 말이 나는 어색하다.
어릴 때부터 <미깡> 이란 말을 썼고, 객지생활 할때는 밀감이란 말을 썼다.
사실 <미깡>이 우리말 사투리가 아니라 제주도 사투리로 오랜 세월 알고 있었는데 이게 밀감의 일본음이라고 한다. 발음상 일본음이라 하더라도 제주도 사투리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금귤>도 제주에서는 <낑깡>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