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3 담임은 전국에서 손에 꼽힐 사이코 선생 중의 하나였다... 고3 스트레스는 우리가 받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에게 히스테릭을 부리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아침 조회시간엔 기분 좋게 들어와서 농담까지 해놓고는 오후 종례시간엔 세상 짜증은 다 짊어지고 와서는 별 거 아닌 일로 꼬투리를 잡아서 반 애들을 들들 볶았다... 정말 수험생활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담임이 싫어서 빨리 고3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고3활을 무사히 마치고 운좋게 대학도 합격하고 드디어 기다리던 졸업식이 다가왔다... 오늘만 담임 면상을 보면 끝이라며 친구들과 좋아하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담임쌤... 한참 후에 영어전담쌤이 들어오셔서는 담임쌤이 몸이 안좋아서 오늘 못오셨단다... 며칠전까지도 날라다니면서 마지막까지 우릴 괴롭히던 인간이 아파서 졸업식도 못오다니 벌았다나 부다 내심 고소해하며 그렇게 졸업식을 마쳤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친구에게서 들을 어이없는 소식... 담임이 선보러 가기 위해 본가를 내려가느라 졸업식을 땡땡이 친거라는 소문을 들려줬다... 좋던 싫던 1년을 함께 한 학생들인데 마지막 인사도 안하고 끝까지 자기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인간이 대한민국 고등학교 선생이라는게 참 씁쓸했다...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을 테니... 그때보다는 쬐끔이라도 학생들을 생각하는 선생이 됐기를 바래본다... 큰 기대는 안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