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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돌아온장고(atom747) VIP

기사승인 2019.01.25  10: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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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 시절, 나는 중학생들을 앉혀 놓고 중간고사 공부를 시켰다
시험 범위는 한국 현대 문학사, 아이들은 지쳐 있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한때 아름답다고 여긴 시구는 의미 없는 문장으로 느껴졌다

 

 

그때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은 꿈이 뭐예요?"
"네가 시험에서 백 점 맞는 거지"
"그런 거 말고요. 진짜 되고 싶은 거요. 전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할머니? 왜?"
"시간을 건너뛰고 싶거든요, 그럼 시험공부 안 해도 되고
취직하려 아등바등하지도 않을 거잖아요.
드라마보며 뜨개질하고 쉴 수 있고요"

 


아이의 말에는 그 모든 걸 피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 정도로 힘들다니, 안쓰러웠다
그렇지만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당시 나는 임용 고시에서 몇 차례 고배를 마시고
보습 학원에 취직한 참이었다
인대가 늘어날 정도로 공부했지만 계속 낙방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겐 시험 잘 봐야 한다고,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된다고 몰아붙였다

 


십여 년이 흘러 비로소 내 삶을 꾸려 갈 용기가 생긴 지금,
아이에게 말해 주고 싶다.
할머니의 시간은 혹독한 폭풍우를 견뎠기에 고요히 빛나는 거라고,
늙는 것과 나이 드는 건 분명 다르다고,
할머니가 되는 건 쓰라린 시간을 나이테에 새기며 견디다
그 자리에서 다른 이를 품는 그늘을 갖는 거라고.

 


"네 앞이 별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하다면 윤동주 시인의
시를 기억 하면 좋겠구나. 시인은 처음엔 없었던 마지막 구절을
추가했다지.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청춘이 시리게 푸르렀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르지.
그때 우린 꽤 멋진 할머니가 되어 있지 않을까...."

 


- 좋은 생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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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주포토(arisong48)VIPVIP 2019-02-01 16:41:35

    ㅎㅎㅎㅎ 저두 저런 생각 한적 많은 데.... 그렇지만, 노력하지않은 노년도 힘이든다는 걸 깨달았어요 오늘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노년도 아름 답다는 걸,,,,,,삭제

    • 하동댁이(gkrnlsus) 2019-01-28 13:47:35

      나는 아무리힘들어도 나이먹는건 싫은데~~
      어릴땐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자는시간도 아깝더라니까요 ㅎㅎ삭제

      • Michael(heavenkingdom) 2019-01-26 19:44:40

        할머니가 되는 건 쓰라린 시간을 나이테에 새기다 견디면 그자리에서 다른이를 품는 그늘을 갖는 거라고. 그 세월의 혹독한 흔적과 산물일 겁니다.삭제

        • 투럽맘(twolovemom)VIP 2019-01-26 13:16:03

          " 늙는것과 나이들어감을 다르다..혹독한 폭풍우를 견뎠기에 빛나는거..."
          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닿네요..

          지금도 시련이지만 그 많은 시련들로 인해 제가 한층 더 성숙된 할머니가 되겠지요..

          늙지말고 나이들어가야겠어요..

          좋은 글귀 감사합니다..삭제

          • 마르스(next667) 2019-01-26 12:07:36

            할머니가 되는건 쓰라린 시간을 나이테에 새기며 견디다 그 자리에서 다른 이들을 품는 그늘을 갖는 것...
            정말 마음에 와닿는 글이네요...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 존경합니다...삭제

            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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