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도 어둠을 이길 수 있구나
그 빛을 가려보려고 구름이 쫓아다녀 보지만 소용이 없다.
쉼을 얻으려던 지난 밤 남아 있는 열기로 뒤척이다 새벽을 맞이했다.
연일 계속되는 더위는 작은 땅을 덮지만, 시간을 이길 수 없음을 안다.
용화산 정상 팻말 근처에 쓰러져가는 무덤이 있다.
주인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래도 낮은 산 꼭대기의 무덤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주왕산이나 가리왕산 정상의 즐비한 무덤은 수수께끼처럼 느껴졌다. 맨몸으로 그곳에 가기도 힘에 부치는 곳에 주검을 옮겨와 커다란 무덤을 만들었다.
그래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무덤이고 넓은 땅에 봉분을 작은 산처럼 쌓은 왕릉도 무덤이지….
영원을 살고자 했을까?
죽어서라도 후손을 잘되게 하려는 몸부림이었을까?
산을 오르면서 생각이 머문 곳은 길옆에 자리를 잡은 거리푯말과 이정표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가슴을 뜨겁게 했던 청춘은 시간 괴물에 먹혀 버렸다.
남은 시간 해야 할 일은 이정표가 되는 것이다.
이정표의 방향을 비틀어 놓은 사람들이 있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은 흔들리지 않은 이정표 되어
길을 걷는 사람에게 소망을 주며 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