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픈 친구야!
비 엄청 온다. 5시에 회사를 나와 커피솝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는 중이야. 창문에 흘러내리는 빗방울에 그리움이 자욱해진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면 우리가 자주 가던 필링(Filling) 커피솝이 생각난다.
우와~ 할 정도는 아니지만 참 아담하고 아늑했어. 무엇보다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주지 않았잖아.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젖은 거리 풍경 내다보며 한참을 앉아 있었지. 오랜 시간 앉아 있자면 거기 직원이 에이스를 계속 보충해주곤 했지. 우리는 그 직원이 너 좋아하는 것 같아, 아니야 나 좋아하는 것 같아 하면서 껄껄거리며 웃었더랬지.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그곳이 생각나.
너와 나의 아지트인 그 곳, 약속 없이 가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지.
분위기에 약한 내가 비오는 날이면 자주 찾던 그곳,
아직도 있을까?
거기 사장 아주머니 지금은 할머니가 되어있겠지.
보고싶다. 엄마가 된 지금 말고 젊은 날의 네 모습을, 그리고 내 모습을.
나는 긴머리, 너는 단발 상고머리.
앞머리에 스프레이로 힘 팍팍 주던 그때의 우리.
아이 얘기, 남편 이야기 아닌 읽고 싶은 책, 사고 싶은 옷, 음악, 영화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하던 그 젊은 날의 우리의 푸르름이 생각나.
비가 오는 날이면 네가 자주 부르던 <물안개>도 듣고 싶다.
모든 것이 그리워진다.
그때는 그렇게도 비오는 것이 좋았는데, 지금은 비로 우충충해지는 게 너무 싫다. 시들시들해졌나 봐. 오늘처럼 바람을 동반한 비는 더욱 그래. 일하기 싫은데다 월요일이잖아.
결혼해서 위층,아래층 같이 살자, 딱 붙어 살자 했는데 내가 너무 멀리 와버렸지.
현실의 문턱에서 소홀해졌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행복을 바라는 베프지. 다시 볼 때까지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