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몇 달간은 텃밭 가꾸기에 열중하며 보냈습니다.
텃밭은 해본 적이 없는 완전초보입니다.
4월 중순, 처음으로 상추와 쑥갓, 케일, 샐러리 등 쌈 채소 위주로 심었습니다.
<물방울 맺힌 케일이 정말 싱그럽죠?> |
쌈밥 해먹을 생각에 요놈들이 얼마나 자랐나 매일 들여다보는데 시들시들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몇 번 오고 나니 상추가 아주 튼튼하게 자리를 잡더군요.
그리고 5월초쯤엔가 첫 수확을 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상추가 너무 너무 잘 자라더군요. 잔뜩 따주고 뒤돌아서면 또 잔뜩 자라있고 이걸 안뜯어주면 안될 것 같고 매일 상추만 먹을 수도 없고 갑자기 처치곤란 골칫덩이가 되었습니다.
1주일에 두 번씩은 바구니 한 가득씩 나오는데 내다 팔수도 없고 두 번째 수확물은 학원 선생님 한분 드리고 세 번째는 회장님 한번 드리고 네 번째는 오빠네 식구들 불러서 제육 쌈밥 파티 성대하게 열고 엄마 한번, 고모네 두 번, 엘빅 쌤, 엘빅 친구... 딱 10번쯤 풍성하게 상추와 쌈 채소들을 수확했나보네요.
6월초부터였나... 조금씩 벌레가 보이더니 텃밭을 장악해버렸습니다. 울화통이 터졌습니다. 누가 지네 먹으라고 심어놨나. 열 받아서 농사 못짓겠더군요. 그런데 벌레 탓인지 상추가 예전만큼 수확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거의 한달 정도만 풍성했고 수명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은 다 뽑아버렸구요. 상추가 너무 많다고.. 상추 봉다리 들고 다니는 것도 귀찮다고 구박했는데 뽑아 버리고 나니 아쉽기도 했습니다.
<쑥갓 꽃입니다> |
상추와 함께 심었던 쑥갓. 어디를 어떻게 따먹어야할지 모를 정도로.. 마치 코스모스처럼 높이 높이 자라서 꽃이 피었습니다. 텃밭에서 만난 어느 분이 길게 못자라게 자꾸 잘라줘야 옆으로 자라나는 부분을 잘라먹는 거라고 하시더군요. 그걸 모르고 그냥 뒀다가 뒤늦게 잘랐더니 잘 안되고 결국 말라죽었습니다.
<넘 귀엽고 예뻤던 딸기> |
텃밭에 오르내리면서 딸기가 얼마나 자랐나 보는 것도 큰 재미였는데 어느 날 곰팡이가 하얗게 앉고 썩어있었습니다. 어쩐지 다른 집들은 딸기 아래에 검정비닐을 깔아뒀더라구요. 흙에 계속 닿아있으면 안되는 것 같습니다.
<가지꽃이 저렇게 예뻤구나><가지 변천사입니다> |
가지가 꽃을 피웠는데 참 예뻤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보니.. 어머나 세상에 작은 가지가 달려있었습니다. 주렁주렁 커다래져서 지금까지 다섯 개쯤 따먹은 것 같고 아직 따먹을게 남아있습니다.
뒤돌아서면 자라있던 상추에 지쳐 비어있는 밭은 방울토마토에 올인해서 조금씩 따먹기로 하고 방울토마토, 대추토마토, 청양고추를 심었습니다. 아.. 정글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너무 촘촘히 심었나봅니다. 어디에 뭐가 매달렸는지 잘 보이지도 않고 따기도 힘들고...
텃밭 가꾸기 어렵습니다. 공부도 하고 계획 하에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딸기, 가지, 호박 등등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들을 보는 것이 정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날이 뜨거워져서 그런지 요즘은 잎들을 뒤덮고 있던 벌레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원래 그런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