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 국격
예전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국위를 선양했다면서 TV나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는데 요즘은 국위라는 말보다 국격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사람에게는 모두 인격이라는 것이 있듯 이를 나라에 빗대어 국격이라는 말로 사용한다. 풀이하자면 나라의 품격정도가 될 것 같다.
한 나라의 경제력이나 국방력, 시민의식등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지만 단순히 국방력이 높다거나 경제력이 높다는 것만으로 그 나라의 국격이 높다고는 하지 않는다. 양보와 배려, 관용 그리고 어우러짐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합쳐진 한 국가의 위상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유엔에서는 각 나라는 국방력이나 경제력에 관계없이 모든 나라는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고 했지만 이상적인 말일 뿐 약소국들은 강대국들의 억지에 휘둘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국격은 인격이 그러하듯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게 되면 그 민낯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이번 바이러스 상황을 직면하게 된 각 나라들은 그동안 선진국이라고 각 나라에 가졌던 환상이 사라지고 그 밑바닥을 여지없이 내보였다.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던 국가는 민간업자를 내세워 다른 나라에서 주문한 마스크를 중간에서 가로채고 다른 나라로의 마스크 수출을 금지했다. 이웃의 한 국가는 바이러스 발병 초기 정보를 감추고 누락시키고 왜곡하여 이를 숨긴 체 다른 나라에서 마스크 방호복 등을 사재기 했고, 어느 정도 바이러스가 진정되자 정보 은폐에 대한 각국의 비난과 책임 요구에 대한 여론을 희석시키고자 진단 키트와 방역물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불량품 투성이라 또 다른 구설거리를 제공했다. 이웃의 또 다른 국가는 올림픽에 목을 매다가 정보를 은폐하고 일을 키우는 바람에 전 세계적으로 제2의 미국이 될 우려를 사고 있다. 또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를 조작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어 국가적인 신뢰를 상실했다.
바이러스 발병초기 한국에서 감염자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한국에서 실시한 자가 격리를 두고 인권을 무시한 것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비난하던 유럽의 국가들은 이제 모든 국민을 격리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통행권을 침해했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한다던 정부는 잘못된 정보로 긴급사태에 대한 대응에 부실했고 국민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자유로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 또한 동양을 무시하던 오만한 시선은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동양의 방식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게 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켰고 국민들을 사재기 광풍으로 내몰았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도 연기하게 만들고...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성숙한 시민의식은 바이러스 상황 하에서도 사재기 없이,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특별한 제한 없이 불안하지만 의연하고 차분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생활이 가능한 것은 수많은 정부와 민간 기업의 협력,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지원한 수 많은 의료진, 그리고 국가 시스템의 공백을 메운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무엇보다도 자기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자가격리자를 위한 구호물품과 장애인과 어르신들을 위해 마스크를 만들어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들과 어려움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던 수많은 기부자들이 있었다. 위기의 순간을 홀로 겪어야 한다는 단절감 대신에 마스크와 구호물품 상자로 이 상황을 같이 이겨내자는 연대감의 표현은 불안한 상황을 의연하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게 만든 심리적 지지대가 아닐까 한다.
이 위기 상황 하에서 한국은, 한국의 국민들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은 채 타인을 배려하는 자율로 상황을 진정시켜가는 것이 진정한 국가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실시한 유일한 국가이자 국민들이다.
*일주일 전 쯤에 작성한 글이지만 올리지 않을까 하다가 적어 놓은 것이라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