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호두를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부랴부랴 파운드 케이크를 구웠다. 최근에 오븐을 바꾸었는데 전에 쓰던 오븐 사양과 지금 쓰는 오븐 사양이 달라서, 이것저것 열심히 구워 보고 있다. 생각보다 빵 익는 시간이 짧다. 온도 조절을 잘해야 할 듯하다.
파운드 케이크를 구울 때마다 어머니를 떠올린다. 어머니가 어렸을 적에는 빵 같은 빵을 구경하기가 어려웠고 파운드 케이크 같은 건 상당히 '고급' 빵이라 언감생심 먹을 엄두도 못 내었다. 어머니는 아직도 파운드 케이크를 볼 때마다 "저건 정말 고급 빵인데." 하고 말끝을 얼버무리신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너무 복잡한 감정들이 들어서 마음속의 용적량이 초과되는 것을 느낀다.
오늘은 퇴근 길에 어머니와 각자의 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려서는 이곳에(그러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싫었지만 지금은 괜찮고 좋다며 어머니는 빙긋 미소 지으셨다. 나도 그렇다고 말하니 "다행이다." 하시던 어머니. 안팎으로 어두운 나날, 가족들의 눈빛 속에서 거대한 등불을 발견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더 애틋하게 지내겠다고 생각한다.
겨울이 끝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