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얽힌 사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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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자를 배운 세대이다. 그래서 단어를 이해함에 있어 한자로 그 의미를 파악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단어에 대한 해석력이 떨어졌다.
단어에 대한 해석이 약하면 어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아무래도 한자를 알면 단어를 해석함에 있어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하고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자를 공부하기로 했다.
뭔가 목표를 세워두고 공부하면 도전의식에 불이 붙지 않을까하여 한자국가자격시험에 응시하기로 했다.
자격증 시험에는 교육급수와 국가자격급수가 있었다.
보통 초등학생이면 교육급수인 7,6,5급 정도로 도전하겠지만 이왕지사 하는 거 교육급수를 하지 않고 국가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설정했다.
처음에는 그냥 교육급수 5급 정도 치르려 했지만 한자공부를 하다보니 나도 자격증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3급을 준비했는데 이왕 하는거 아이들도 같이 해보자는 거였다.
나로 인해 급수가 높아졌지만 아이들은 암기쪽에서는 나보다 나았다. 하지만 고사성어는 어려워했다. 최대한 나올 수 있는 예상문제로 뽑아 암기하게 했다.
큰 아이는 조금 흥미를 느끼다 외우기 바빴지만 작은 아이는 굉장히 재미있어 했다.
나를 포함하여 초등학생 2학년, 초등학생 5학년인 두 딸과 함께 한자자격능력시험 원서접수를 했다.
시험 당일, 우리 셋은 수험표를 들고 한 교실에 마련되어 있는 시험장에 나란히 들어갔다.
각자 따로 떨어진 좌석을 배정받았다. 나는 맨 앞 줄에 앉았고, 막내는 옆줄 맨 뒤에 앉았다.
맨 뒷 좌석에 홀로 떨어져 앉아있는 막내 딸이 신경쓰였다. 처음으로 국가자격증 시험을 치루는 아이였다.
큰 애는 컴퓨터 자격시험에 몇 번 가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크게 긴장한 것 같지 않은데 막내 딸 아이가 답안지를 잘 작성해 낼지 걱정되었다. 그런데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막내 딸에게 쏠렸다.
3급 시험 응시자 중에 가장 어렸다. 3급시험을 보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보통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어른들이 대부분이었다. 초등학생은 우리 딸 둘뿐인데다 막내는 이제 2학년이었다.
어린 아이가 3급 한자 시험을 보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시험을 보면서도 뒤에 앉은 딸아이가 시험지를 잘 푸는지 걱정되었다.
시험 전에는 눈을 자주 맞추어 주었지만 시험이 시작되고 나서는 그럴 수 없었다.
나도 내 시험을 봐야했다. 60대정도로 되어보이는 감독관은 막내 딸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이 어린 애가 3급을 시험을 보는 것이, 막내 딸 옆에서 할아버지 미소를 띄며 답을 적는 것을 흐믓하게 또는 신기하게 지켜봤다.
보통 자격증시험을 보러 간 아이를 시험장 안에 넣어두고 엄마들은 밖에서 시험 끝나기를 기다렸다 아이를 맞이하는데 나는 한 공간에서 아이들과 같이 시험을 보았다.
시험 끝나고 아이들과 시험 본 내용을 가채점하며 합격인지 아닌지를 맞추어보고 발표날 까지 기다리는 동안 같은 마음이라 좋았다.
아이들도 내가 자기들과 똑같이 시험보고 같이 합격발표를 기다리는 같은 입장인 것만으로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놀린다. 우리 둘이 붙고 엄마만 떨어지면 어떡해?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내가 떨어지고 본인들만 붙어야 날 놀려먹을 수 있다 상상하는가보다.
뭐 떨어지면 다시 보지, 될 때까지 한다는 걸 몸소 보여줄 계기로 삼으면 되고, 또 엄마 역시 실패하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면 되는 것이었다.
솔직히 막내 딸이 합격할 거라는 기대감은 없었다. 이번 시험은 그저 막내딸에게 도전이란 경험을 갖게 해주는 거로 만족할려고 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큰 애만 떨어지고 나와 작은 애가 붙은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역시 즐기면서 하는 작은 딸의 결과가 더 좋게 나왔다는 것이다. 하기 싫은 것 억지로 하는 큰 아이보다 말이다.
아이들과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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