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매일 경제
그녀가(?) 떴다.
한참 영화에 빠져 있던 대학시절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번화가로 나갔다가
극장 근처 어느 가게 앞에 중, 고딩 무리가 2~30m정도의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주위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고…….
무슨 일인가 하고 호기심에 친구랑 같이 가 보았더니 화장품 매장 오픈 기념으로
사인회를 하고 있었는데 그 주인공이 무려 “김 희선” 이었다.
(아마 그 당시 화장품 브랜드 광고 모델 이었던…….)
그 당시 아역의 이미지를 벗고 한창 떠오르는 신예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김 희선’의 실물을 영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실내도 아닌 매장 앞 도로에서 두껍고 진한 화장을 갑옷처럼 두르고 앉아서
이름을 묻고, 사인을 하고, 웃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를 반복하는 모습이
왠지 애잔해 보인다 해야 될까, 안쓰럽기도 하고…….
원래 성격상 유명인 이라고, 또는 연예인 이라고 먼저 다가가서
사인을 받고 인증 샷을 찍고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몇 십 분을 기다려서 사인을 받고,
같이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게 되었다.
인형처럼 그린 듯 두꺼운 화장을 하고,
지치고 피곤했는지 기념사진을 찍을 때 기계적으로 웃다가 사진을 찍고 나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오고,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전혀 웃지 않는…….
사인회를 시작한지는 시간이 꽤나 흘렀던 것 같은데
사인을 받고 같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고 줄은 더 길어져 갔다.
그렇게 잠시 친구랑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안타깝고 애잔해지는 마음이,
보면 안 될 것을 본 것 마냥 스스로 민망해져 돌아 나왔다.
연예인을, 그것도 이쁜 여자 연예인을 보았다는 즐거움보다는
그녀의 지치고 피곤한 모습과 마네킹처럼 표정 없는 얼굴로 사인을 하고
기계처럼 사진을 찍는 그 모습이 오히려 안쓰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마침 영화 시작 시간도 다 되어 가고 해서 극장으로 가는 길에 친구가 한 마디 한다.
‘스타가 되는 것도 참 피곤하네’
출처 : 아시아 투데이
그 날 본 영화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연예인,
그것도 이쁜 여자 연예인이기 때문일까?
아님 그녀의 지치고 피곤한 모습이 마음에 걸려서 일까?
그날의 분위기와 그 얼굴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