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치유하는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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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치유하는 병원
- 랄프 왈도 에머슨
사람들은 흔히 고난에 처할 때 가난을 숨길 장소로 혹은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할 때 고독을 즐길 장소로 농장을 준비해 둔다.
사업에 실패해서 파산한 사람들, 법정이나 의회에서 굴욕을 당한 변호인들, 게으름과 쾌락의 희생자들이 얼마나 많이 농장으로 시선을 돌렸던가?
이들은 도시의 생활과 악덕에 상처입고 고통받다가 생각한다. ‘음, 나로 인해 상처받은 자식들을 땅으로 돌려보내야겠어. 나를 길러준 땅이 이제 아이들을 쉬게 해주고 치유해주게, 이제 땅이 그들의 병원이 되어주게.’
요즘 우리 시대에 시골에 농장을 준비한다는 건 사실 돈이 있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텔레비전에서 시골로 들어가 사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도시에서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즐긴다 하더라도 시골에서 느끼는 재미와는 또 다르다. 나도 올해부터 조그마하게 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과실수도 조금 심고, 고구마, 방울토마토, 옥수수를 심었다. 로터리를 치고, 고랑을 만들고 잡초를 뽑고 고된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땅에서 일을 해보니 왜 시골로 사람들이 들어가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땅을 밟고 땅에서 뭔가를 일구는 느낌은 직장에서 컴퓨터, 서류와 씨름하는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에머슨의 글에서처럼 진짜 내 영혼을 치유해주는 병원이란 느낌이다.
주말에 김밥을 사들고 시골에 들어가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밭일을 하고 돌아오자면 몸은 피곤해도 내 안에 뭔가가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하루 하루 내가 심은 것들이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
이번주에는 딸들을 데리고 같이 갈 생각이다. 내 아이들에게 땅이 주는 고마움을 느끼게 하고 싶다. 왜 퇴직을 하고 시골로 들어가는지 이해가 간다.
땅은 정말 영혼을 치유하는 병원이다. 직접 해보면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책으로도 다른 사람의 말로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직접 괭이질을 하고, 호미질을 해봐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