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알게 된 후배가 하나 있다.
전에 육지에 살때 어학원을 해서 큰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아파트를 하나 사서 월세를 주고, 나머지 돈을 은행에 넣어 놓았다고 한다.
5년 전 제주에 이주해 와서 전세를 하나 얻어 살면서 꾸준히 여행을 하면서 지내는 친구이다.
아파트 월세로 생활비를 쓰는데, 조금 빠듯해서 많이 아끼며 살아야 한다고 한다.
은행에 넣어 놓은 돈에서 나오는 이자로 일년에 한두번씩 여행을 다닌다.
여행을 가지 않을 때는 제주에 여기저기서 하는 무료 강좌를 찾아다니며 듣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제주도 언니들도 많이 알게 되어 밥도 잘 얻어 먹고 다닌다나?
아마도 생활비를 이렇게 아끼는 것 같다.
들어보면 아주 부러운 삶을 살고 있는 친구이다.
이 친구가 새로 듣는 강좌에서 만들었다는 도자기 인형이다.
올해의 계획은 쿠바 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한다.
은행에 넣어 놓은 돈 중, 올해 큰돈이 만기가 되었는지 경비 많이 드는 곳으로 올해는 여행을 갈 수 있다고 한다.
오랫만에 만난 후배가 이걸 내게 엄청 자랑이 하고 싶은 듯했다.
그래서 같이 커피나 한잔 하면서 후배의 이야기를 들어주러 갔다.
내가 가는 동문시장 근처에 '어바웃 커피'라고 있다.
제주도에만 있는 카페지만 인기가 많아 아주 장사가 잘 되어 분점이 여러 개 있는 카페이다.
아마도 제주도에서는 스타벅스보다 이 카페가 더 인기가 있을 것이다.
모닝 커피 할인이며 음료만 먹을 때 할인 금액이 파격적이다.
후배는 커피를 잘 안 마신다고 하고, 나는 배가 안 고파서 그냥 커피에 베이글 세트를 주문했다.
이집은 커피 할인을 받지 않으면(커피는 언제나 50% 할인) 커피에 베이글을 그냥 준다.
이런 세트도 4,500원이면 먹을 수 있으니 좋긴 좋다.
자리도 매우 편한 쇼파로 되어 있고, 3층에 올라가 앉으면 멀리 바다도 보이는 좋은 곳이다.
후배는 한참을 자기 돈 이야기, 여행이야기를 했다.
멋진 삶을 살고 있는 후배지만 언제나 약간은 안쓰럽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서 이렇게 누가 커피나 밥을 사준다고 하면 무척 좋아한다.
나는 이 후배가 한참은 부럽다가도 이런 모습을 보이면 조금 안쓰러워진다.
언제나 말이 많고 어수선한 이 친구가 왠지 편안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되어 있고, 여행도 자유롭게 다니는데....
뭐가 저렇게 그 친구를 불안하게 하는지...
전에는 언제나 자기 얘기만 하는 그 친구랑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이날은 그 친구가 엄청 쓸쓸해 보여서 오래오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밥을 사주겠다고 하고 또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