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월 대보름이었다.
날씨가 흐려서 둥근 보름달은 볼 수 없었지만 나름 보름날을 기억하려고 했다.
어려서부터 보름날이면 하는 것이 있었다.
보름달 보고 소원빌기, 오곡밥과 나물 해먹기, 부럼 깨물기, 귀밝이술 마시기, 더위팔기...ㅋ
우리집 식구들은 오곡밥을 다들 싫어해서 잘 먹지 않는다.
정월 대보름날 엄마가 오곡밥을 했는데 아무도 안 먹어서 이웃집 쌀밥과 바꿔다 먹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나물은 잘 먹는다.
특히나 묵은 나물을 들기름에 볶아서 먹으면 그냥 먹어도 맛있고, 비빔밥을 해 먹어도 맛이 있었다.
올 보름에는 나도 나물을 몇가지 만들어 보았다.
전에 시골에 살 때는 나물 반찬을 잘 해먹었었는데, 제주도로 이사오고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러나 올해 만든 나물 반찬은 그닥 맛이 없었다.
반찬도 자주 해야 만드는 법을 잊지 않는 것 같다.ㅜㅜ
나름 열심히 만든 나물반찬이다.ㅋ
그냥 먹기에는 나물 특유의 맛을 살리지 못했지만, 참기름 넣고 비빔밥을 해먹으니 시중에서 사먹는 비빔밥 보다 너무너무 맛이 좋다.
부럼은 사지 않았다.
그냥 집에 있는 믹스 너츠로 대신 ㅋ
부럼을 깨 먹는 이유는 한해 동안 부스럼도 생기지 말고 이도 튼튼해지라고 깨물어 먹는 것이라고 한다.
열심히 먹었으니 부스럼 없는 한해를 지내겠지?
사실 요즘 부스럼같은 것이 잘 생기진 않지만, 풍습이니까.ㅋ
어릴 땐, 보름날 아침 가족들이 귀밝이술을 꼭 한잔씩 먹었었다.
아빠가 아직도 정정한 주당이셔서 핑계김에 아침부터 술한잔을 하고 싶으셔서 꼭 지켰던 풍습인 듯하다.
요즘 나는 술을 잘 안 먹어서 올해 귀밝이술은 먹을 생각도 못했다.
더위팔기...
어릴 땐, 보름날 아침에 엄마나 아빠가 우리 이름을 부르고 본인들 더위를 우리에게 꼭 파셔서..ㅋ
하루종일 만나는 친구에게 이름을 부르고 더위를 팔곤 했었는데.
요즘은 더위야 에어컨이 해결해줘서 그러나 그닥 더위를 파는 풍습을 이어가진 않는 것 같다.
정월 대보름의 풍습은 참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올해는 무엇보다도 나물 반찬을 좀더 열심히 해먹어서 내년 보름에는 좀더 맛있는 나물 반찬을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월 대보름 풍습 중 대부분의 것은 언제든 지킬 수 있는 것이지만, 요리는 감을 잃으면 다 사먹어야 한다.
사먹는 나물 반찬은 내가 기억하는 옛날 엄마가 해주시는 나물 반찬의 맛을 못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