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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조각들(2) 삶은 때로 견디는 것

pek0501(pek0501) VIP

기사승인 2019.02.19  09: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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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삶은 때로 견디는 것

 

사촌 언니의 남편, 그러니까 내게 형부가 되는 분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 고인은 63세밖에 안 됐으니 죽기엔 아까운 나이다. 고인은 ‘간경화’라는 병이 있음에도 술을 마셔대는 환자였고, 자신의 병이 고칠 수 없는 병임을 알고 비관하는 환자였고, 우울증까지 있는 환자였기에 사촌 언니도 조카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가출하여 연락이 끊긴 채 사흘이 지나 귀가한 적도 있다니 가족으로서 그런 환자를 보며 사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장례식장에서 사촌 언니와 조카를 보자 안쓰러운 마음부터 들었다. 그리고 불행한 삶을 잘 견디어 낸 그들에게 축하라도 해 주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죽음은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분명 슬픈 일이지만 고통을 받으며 살았던 환자도, 환자의 고통을 지켜보며 살았던 그들도 불행한 삶으로부터 해방된 것이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불치병 앞에서 우리는 삶을 변화시킬 힘 같은 건 없다. 이럴 때 삶이란 그저 견디며 사는 것. 견디다 보면 끝은 있는 것. 병이 낫든지 병으로 죽든지 그 끝이 올 때까지 우리는 죄를 짓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야 할 뿐이다. 묵묵히 시간을 흘려보내야 할 뿐이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
우리의 일상은 얼다가 녹다가 하는 일의 반복이에요. 이 지루한 아름다움! 우리가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아요. 오직 견디는 것뿐. 위로 안 받기 위해, 좀더 강해지기 위해 우리는 시를 쓰는 거예요.

이성복, <무한화서>, 109쪽.
....................

 

....................
-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하십니까?
내 자신을 견딥니다.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53쪽. 
....................

 

나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견디기만 해야 하던 때가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의 시간들과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의 시간들. 2013년 여름의 시간들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아침부터 잠이 드는 밤까지 그저 견디기만 했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돌아가고 싶은 평범한 일상은 아름다웠고 너무 멀리 있었다.  

 

 

 

 

#에세이#이성복#에밀 시오랑#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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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s(kyoung50)VIP 2019-02-28 21:53:42

    요즘 저도 삶이란 하루 하루를 견디어 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삶이란 이런 저런 말로 내 나름의 정의를 내려보곤 했는데...이제는 하루를 어떻게 잘 견딜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삭제

    • (Leo888) 2019-02-19 22:38:07

      제목하나만으로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잇는것 같습니다.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견디고
      또 견디다 보면 더 좋은날도 오는것 같습니다.삭제

      • Nomad(nomad21)VIP 2019-02-19 19:36:53

        참 삶이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정답도 없긴 합니다만, 누구나 가야 하는 곳은 정해져있습니다. 바로 죽음입니다. 이를 알고 있다면 막 살 수는 없겠지요삭제

        • 서재진(babypower2)VIP 2019-02-19 16:01:27

          견디가가 보면 언젠가는 좋은 소식이 오듯이. 어딜 가든 그걸 경험합니다. 조금만 참아보죠. 힘들다...삭제

          • 돌아온장고(atom747)VIP 2019-02-19 15:53:51

            글을 읽는 동안 공감이 많이가서 가슴이 아프네요..
            저 또한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낸후 견딜 수 없는 날들을
            견뎌야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고통스럽더군요..
            고통의 때도 언젠가는 지나갈테니 희망으로 살아야겠죠...삭제

            1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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