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서는 안되는 선, 건너서는 안되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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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25사변을 겪은 세대가 아니다. 우리 부모도 어려서 전쟁에 대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나보다는 전쟁의 후유증 언저리에 있었다. 어쩌면 부모님에게 들은 것보다 영상이나 책을 통해 꽤 많이 알게 되었다.
20대였던 내게 어떤 어른이 내뱉은 말로 인해 오기같지 않은 오기를 부렸던 기억이 있다.
그 사람이 여류 작가에 대한 비딱한 발언은 날 자극시켰고 내 나름의 복수라도 하듯 여성작가들의 소설만 미친듯이 소화시켰었다.
그 중에 으뜸은 박경리, 박완서 작가님이셨다.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는 게 쉬운 도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다.
요즘 책 한권을 읽기 위한 도전으로 취침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박완서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이다.
등장인물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은 경험과 기억으로 인한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스물 살의 처녀가 6.25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경험한 그 모든 상황과 감정을 기록한 글인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기에, 또는 치부와 같은 일일 수 있는 일까지, 가족까지 적어내린다는 것, 작가에겐 뼈와 살을 갈아넣었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피난민으로 오직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이 어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겪은 모든 것을 그녀는 직설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그녀의 자전적 소설의 1부였다면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2부이다.
1951년 1.4후퇴때부터 결혼할 때까지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그녀는 20살이었다. 갓 20살의 처녀가 6.25전쟁통으로 인해 치열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무기력해진 오빠를 대신하여 올케와 그녀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무게감까지,
혹독했다. 삼팔선을 중심으로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피난민으로, 때로는 생존을 위해, 때로는 인간이기에 자존감을 잃지 않기 위해, 때로는 여자로, 딸로, 그리고 자신으로 살아낸 겨울,
그 시련이 곳곳에서 저리게 적혀있다.
넘어서는 안되는 삼팔선을, 건너서는 안되는 임진강을 그들은 넘지도 건너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내가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지금 이렇게 읽어내리고 있음이라.
피난갔다 되돌아오던 길, 담벼락에 핀 백목련을 보며 '얘가 미쳤나봐' 비명이 새어나왔는지,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내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공간에서 자연은 그렇게 아름답게 개화하고 인간은 그 속에서도 적응이란 걸 하나보다.